포도나무 햇가지는 '바베큐 맛을 보장한다'
link  미세스약초   2021-04-18
프랑스 농부들은 손재주가 뛰어나다. 그들은 낭비를 증오하고 , 무엇이든 버리는 것을 증오한다.
닳고 닳은 타이어, 이 빠진 낫, 부러진 호미, 1949년형 르노 소형 트럭에서 때어낸 변속장치가
언젠가는 써먹을 데가 생겨 , 깊숙이 돈을 감춰둔 호주머니를 뒤적대야 하는 상황에서 구해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포도밭 가장자리에서 찾아낸 기묘한 장치도 프랑스 농부의 재주를 보여주는 녹슨 기념물이었다.
1백 리터 짜리 기름통을 세로로 반으로 잘라 , 협궤철로용 쇠파이프로 만든 틀 위에 얹어 놓은 것이었다.
둥글다기 보다 타원에 가까운 낡은 바퀴가 앞쪽에 볼트로 연결되어 있었고, 뒤쪽에는 길이가 다른 두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포스탱의 말에 따르면 '포도 재배자의 손수래'로 가지치기를 할 때 쓰려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든 수레였다.

가을 바람에 포도나무들은 잎새마져 잃고 발가벗은 모습이었다.
봄에 나온 가지들은 얽히고 설켜 똘똘 말아놓은 갈색 가시철망처럼 보였다.
내년 봄 수액이 다시 오르기 전에 잘라내야만 했다.
이런 '햇가지는 섬유질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겨우내 땅속에서 썩지 않아 거름으로도 쓸 수 없었다.
또한 그 양도 엄청나게 많아 트랙터가 다니는 포도나무 사이의 고랑에 쌓아둘 수도 없으므로 한곳에 모아
태워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 '포도 재배자의 손수레'가 필요하다.

이 기묘한 장치는 아주 단순한 이동식 소각로였다.
기름통 바닥에 불을 붙이고, 잘라낸 '햇가지'를 불속에 던진다.
그리고 수레를 나무로 이동시킨다. 통이 햇가지로 가득 차고 불이 꺼지면 희끄무레한 재를 땅에 쏟아내고
그 과정을 다시 시작한다.
원시적이긴 했지만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어스름이 내리기 직전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우리 포도밭 구석에서 푸른 연기가 가느다란 깃털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포스탱이 가지치기한 햇가지를 태우고 있었다.
그가 허리를 쭉 펴고 손에 뭍은 먼지를 등에 비비며 닦아 냈다.
악수를 나누는 그의 손이 차갑고 뻣뻣하게 느껴졌다.
그가 가지치기를 끝낸 포도나무들을 가리켰다. 한 줄로 늘어선 포도나무들이 엷은 갈색의 땅에 대비되어
비틀린 검은 발톱처럼 보였다.

"정말 깨끗하죠? " 나는 포도나무들이 저렇게 깨끗하게 보이는게 좋아요."
나는 내년 여름 바베큐할 때 쓸 햇가지를 조금 남겨달라고 포스탱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언젠가 뉴욕에 갔을 때 '음식 부티크'라 자처하는 한 상점에서 햇가지들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진짜 포도나무 햇가지'라는 상표까지 붙이고, 바베큐 맛을 확실히 보장해준다고 선전했다.
게다가 일정한 길이로 다듬고 새끼로 깔끔하게 묶어, 작은 다발을 2달러에 팔았다.
포스탱은 내말이 믿가지않는다는 표정이었다.
" 아니 그러걸 사는 사람이 있단 말이예요? "
포스탱은 포도나무에 다시 눈길을 주었다.
그날만 얼마나 많은 돈을 불에 태웠는지 가늠해 본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심하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을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정말 별일 이군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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